JUICE

JUICE 는 즉흥적인 촬영과 감각적 기록을 통해 형성된 사진 시리즈다. 본 작업은 사전 기획 없이, 그 순간의 충동과 감각을 따라가며 진행되었다. 이를 위해 촬영자는 뷰파인더 의존도를 낮추고 결과물을 즉시 확인할 수 없는 35mm 자동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다. 이러한 방식은 프레이밍의 통제를 벗어나 보다 직관적인 촬영을 가능하게 하며, 피사체와의 거리감, 시선의 흐름, 그리고 우연성이 개입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촬영은 밤에, 혼자 이루어졌다. 특정한 내러티브를 따르지 않으며, 당시의 심리적 상태와 감각적 경험이 반영된 대상들로 이루어진다. 허기짐과 공허를 느낄 때 셔터를 눌렀으며, 주로 가지고 싶은 것,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것, 때로는 안쓰러운 것 - 매혹적이거나 이질적이거나, 혹은 불완전한 것들이다. 당시 나는 하루에 2리터의 주스를 마셨다. 갈증이 심해 마시기 전까지는 목이 바짝 마르는 느낌이었고, 급하게 마신 후에는 일시적인 기쁨과 안정을 경험했다. 마치 허기진 감각을 채우는 것처럼, 이 사진들은 나의 감각적인 순간들을 기록한 흔적으로,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충동적이고 강렬하지만, 촬영된 이미지는 현실을 충족시키기보다는 그 간극을 더욱 자극한다.

이 작업은 우연일까? 아니면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감각적 규범이 의식 위로 떠오른 것일까? 사진 속 마네킹과 성상, 동물 인형들은 내 시선이 머물렀던 대상이자, 나의 감정을 대체하는 존재들이다. 재현의 도구인 카메라, 허상의 도구인 거울. 거울 앞에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의 옷, 당신의 화장, 당신의 믿음까지—그것은 진짜인가? 사랑에 다가갈수록 초점은 흐려지고, 구도는 무너진다.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주스의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나의 주스가 이상한 것은 우연일까? 

JUICE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지닌 소유와 기억의 속성, 시각적 욕망과 즉흥성, 그리고 감각적 기록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통제되지 않은 시선과 우연의 개입 속에서, 나는 이미지가 쌓이고, 변형되고, 무의식의 과정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