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세계, The Odd World


안셀 아담스의 풍경 사진과 그의 존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나도 자연 풍경을 담고자 흑백 필름을 카메라에 장착하고 근교로 떠났다. 즉흥적인 패기와 함께 차를 몰고 길을 나섰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내비게이션을 보던 중 '허브 나라'라는 이름이 눈에 띄어 그곳으로 향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향기롭고 산뜻한 이미지를 기대했다.


‘허브 나라’에 도착하니 실제 모습은 기대와 달랐다. 허브는 많지 않았고 향기도 거의 없었다. 둘러보던 중 비닐하우스를 활용한 작은 체험장이 눈에 띄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다양한 동물이 철창에 갇혀 있었다. 주인장이 다가와 “250 볼래?”라고 말을 건넸고, 무슨 뜻인지 묻자 어딘가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본 것은 가격이 250만 원으로 매겨진 한 마리의 토끼였다. 무더운 여름날, 비닐하우스 내부는 냄새로 가득했고, 돌아가는 선풍기는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공간을 장식하려는 듯 배치된 인형과 팻말은 허술했고, 팻말에 적힌 설명과 실제 동물들은 엇갈려 있었다. 그곳은 나에게 매우 낯설고 기이한 공간이었다. 


자연 풍경을 담으려던 계획은 뒤로 미뤄지고, 동물들이 사는 집이란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집 근처 어린이대공원의 동물원을 찾았다. ‘허브 나라’보다 관리가 잘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어딘가 이상했다. 동물들의 집이라 불리는 공간은 사실 유리창 안에 갇힌 인공적인 환경일 뿐이었다. 가짜 플라스틱 돌과 동물들의 반복적인 비정상 행동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그들을 위한 집으로 꾸며졌지만, 안락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익숙하던 나의 집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다. 겉보기엔 이상적인 4인 가족의 공간처럼 보였다. 엄마, 아빠, 나, 동생이 함께 살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집. 하지만 가족은 각자의 방에서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거실에 누군가 있으면 나가기를 꺼리며, 밥을 먹을 때조차 이어폰을 끼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겉으로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것 같았지만, 실은 각자를 방 안에 가두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구의 집은 갇힌 공간, 누구의 집은 타인을 위해 꾸며진 공간, 그리고 우리의 집은 공허하고 텅 빈 공간처럼 보였다. 이 낯선 풍경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부자연스러움은 고민으로 이어졌다. 물론 동물들이 갇힌 공간과 우리 가족이 머무는 집은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순간적인 감정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나는 익숙한 공간 속 낯선 순간들과 그 안에 드러나는 감정의 단편들을 기록하며, ‘집’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물어보고 싶었다. 내 작업은 아마도 이 질문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