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th Fairy: 안녕을 바라지 않는 편지

 

『 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같은 반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있다. 흔들리는 유치를 뽑아 신발 안에 넣어두면, 그날 밤 요정이 찾아와 치아를 가져가고 그 대가로 동전을 두고 간다는 신비로운 이야기였다. 실제로 많은 친구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담을 나누었고,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다. 어느 날 나 또한 치아를 뽑은 후 기대에 부풀어 신발 안에 넣어두었지만, 예상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you should wait for three days, " "needs a week, " "it happens on weekend" 등 기다리라는 말이나, "it has to be on your daily school shoes, " "it supposed to be on the left one"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주었지만 하나도 소용이 없었다. 엄마에게 말해보고, 하늘에 기도해 보고, good girl 이 되어보려고 노력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치아를 신발에서 빼지 말고 기다려보라는 친구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신발을 신고 다니다, 결국 답답해진 나는 용돈을 받은 후 신발에서 치아를 빼고 스스로 동전을 넣어주는 것으로 결말을 지었다. 』

 

치아를 신발에 넣었던 어린 시절처럼, 성인이 된 우리는 여전히 간절한 믿음과 함께 소망을 품고 살아간다. 이는 꿈을 실현하려는 동력이 되지만, 때로는 이루지 못하는 현실에 부딪히기도 한다. 예측 불가한 현실 속에서 ≪Tooth Fairy: 안녕을 바라지 않는 편지≫ 전시는 '믿기 위한 믿음', '믿음을 위한 믿음'을 만들어내고,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다. 불완전함을 다루는 이 과정은, 사랑과 통제의 경계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 또는 겹치고 흩어지며 중첩되는 지점을 주목한다. 결국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세 가지 파트가 서로 얽혀 있음을 보여주며, 모든 것이 ≪Tooth Fairy≫의 주제로 관통되어 나타낸다.

 

‘믿음’

<오늘의 운세>와 <Fortune Cookie>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신호와 손짓을 사진으로 포착한다. 비록 뒷면에 '메이드 인 차이나'가 쓰여 있더라도, 오랜 세월이 깃들어 보이는 물건이나 장면에는 어떠한 전설이 숨겨져 있다고 믿으며 담아낸다. 연출을 가하지 않은, 어쩌면 적나라한 사진들은 어떠한 신호와 함께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촬영된다. 그것이 루틴이든, 징크스 같은 것이든 크게 상관하지 않으며, 중요한 지점은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고 더 나은 앞날을 꿈꾸게 해 준다는 것이다. 반면, 이 장면들의 연장선으로 유토피아를 연출하는 <꿈에서 본 이상적인 세계>는 재해석을 통해 계산되어 만들어진 사진으로 궁극적 이상향과 불가능한 영속성을 띄고 있다.

 

‘소망’

<instant Love: 햄스터의 크리스마스>는 새로운 인연을 찾아가는 연애 투쟁기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당시 좋지 않았던 연애운을 개척하기 위해, 동양의 사주팔자와 12 간지, 서양의 별자리와 타로, 민간요법의 혈액형과 MBTI 등 다양한 통계학적 요소를 넣어 병풍을 제작했다. 어려움 없이 순리대로 흘러가는 연애와 나만의 맞춤형 인연, 악운의 기운을 막는 즉각적인 사랑 처방책과 같은 것이다. 포토샵과 스톡포토를 이용해 빅-데이터, 객관적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본인의 사진과 콜라주, 드로잉을 넣어 주관적인 시선과 상태를 보여준다. 이는 맞춤형 부적처럼 쓰이며, 최상의 궁합을 희망한다.

 

‘사랑’

역설적이게도 평안과 행복을 기원하는 <안녕을 바라지 않는 편지>는 보낸 편지와 보내지 못한 편지들을 모아 놓은 작업이다. 못다 한 말을 늘어놓거나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금박을 씌워 박제하며 빛나거나 보이지 않는 듯한 경계선에서 소중함과 숨기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표현한다. 추억이 담긴 사진인 <나를 뒤돌아보게 만드는 사랑의 흔적들>을 함께하여 상대가 알았으면 하는 나의 단편적인 진심이 담겨있다. 이 사진들은 금방 휘발되는 일시적인 감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하여 즉석 인화 방식인 폴라로이드 필름에 담아 보여준다.

 

≪Tooth Fairy: 안녕을 바라지 않는 편지≫ 전시는 믿음과 꿈, 사랑과 사랑 뒤 숨겨진 통제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꿈속에서 마주하는 형상들, 현실에서 집착하는 물질들, 그리고 나를 뒤돌아보게 만드는 사랑의 흔적들까지 드러낸다. 모든 이미지들은 우리가 품고 있는 이상향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토피아를 꿈꾸게 만든다. ≪Tooth Fairy≫ 전시의 각 작품은 우리 내면의 믿음과 소망의 불완전함을 조명하며, 진정한 유토피아를 향한 여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들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재정립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